리뷰/웹소설

[리뷰] 칼에 취한 밤을 걷다

용묻이 2022. 7. 10. 12:07

유진성 작가의 무협지. 이 작가의 타 작품들을 썩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유진성 작가가 신작을 썼다 하면 바로 찾아가서 보는 이유가 이 작품이다.

 

고1때인지 처음 읽었을 때 재미가 없어어 중도 하차했었는데, 나중에 다시 읽으니 진짜 진국이었다.

 

근본 없는 사파놈이지만 무재가 뛰어나 흑도도 금방 재패하고, 무당의 묘리를 깨우쳐 무당파의 제자를 사칭해도 의심 받지 않는 천재 진가놈이 천하제일이 되는 내용이다.

 

유진성 작가가 ‘권왕환생’처럼 대놓고 대중적으로 쓰는 건 그냥 그런데, 가끔 이렇게 필력을 마구 뽐내는 작품이 있다. 이런 경우 말투가 큰 매력을 차지한다. "○○아. ~더냐?", "~하여라" 하는.... 아 이게 참 설명하기 어렵다.

 

이 말투는 많은 경우 상황에 따라 정말 웃기기도 하고 엄청 멋있기도 하다. 멋있을 땐 읽다가 "와.. 간지"라는 느낌이 들 정도.

 

이 작품의 키포인트는 '멋'이다. '간지', '가오'.

 

얘들아, 우리 흑도가 출생이 미천할 뿐이지 가오가 없냐? 너네같은 동네 깡패들이 흑도냐? 아니다. 이게 바로 흑도다. 사파 중에서도 우리 흑도라는 무리들은 투박한 가오로 먹고 사는 밑바닥의 미생들이다.

 

라는 주인공의 신념에 의한 행동들에서 그러한 멋이 나온다.

 

그것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인지는 몰라도(아마 아닐 것이다.), 이걸 읽은지 몇 년이 지난 지금 가장 크게 기억나는 건 주인공 진소한이 정말 멋을 아는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멋'뿐만 아니라, 밑바닥 삶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암살자로 길러진 기계 같은 녀석들과 노래를 부르며 갱생시키는 장면, 흑도 대통합을 이루며 잔칫상에서 광대가 되어 춤을 추는 장면. 모든 것이 참 인상깊었다.

 

이 모든 건 작가의 필력이 받침되어서다. 사막같은 웹소설 시장에서 이 작가의 필력은 오아시스 같은 것이다. 주제와 주인공에 찰떡같이 어울리는 작가의 필력은 몇 페이지 동안 숨을 못쉬게 하더라.

 

단점이 마냥 없지는 않다. 웹소설은 초반 15~25화만 보면 이걸 계속 돈 주고 볼지 말지 견적이 나온다. 근데 이 작품은 초반이 좀 별로다(호불호가 갈린다고 해야 하나?). 내가 처음 읽었을 때 중도하차한 이유다.

 

그리고 출판사 이 나쁜 놈들이 교정한답시고 이전 작품 지우고 새로운 커버 일러로 다시 올렸는데, 내 결제 내역이 사라졌다. 아니 전권 결제했는데 이걸 다시 사야한다고? 이게 말이냐? 자동으로 결제내역 이전처리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래도 누군가 무협 웹소설을 추천할 때 기꺼이 추천할 수 있는 리스트 중 하나이다. 동 작가의 '광마회귀'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