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애니메이션은 주로 어릴 적에 많이 봤는데, 이거는 고3때 방영을 했다.
이미 고1때부터 덕질은 그만두었다만 이 애니메이션은 홍보가 많이 되어 나름 관심을 가졌었다.
하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보지는 못했고 그동안 잊고 살다가 넷플릭스에 떠서 보게 되었다.
전쟁에 투입되는 기계같은 소녀가 성장하는 이야기인데, 일단 여기서부터 일본 서브컬쳐의 미스가 나타난다. 군인 소녀라니, 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설정이냐.
이 소녀의 이름이 바이올렛 에버가든인데, '아름답다'란 말을 들으면 무슨 말인지 몰라 '이쁘다' 같은 것이냐고 물을 정도로 인간적이거나 평범한 부분이 결여되어 있었다.
기계같이 살아온 아무것도 모르는 가련한 인물상. 감정을 깨달아가는 스토리. 진부하진 않지만 새롭지만도 않은 스토리이다. 이런 경우 결국 에피소드를 풀어나가는 방식과 퀄리티가 중요한데 이 애니메이션은 나름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바이올렛이라는 인물이 변해가는 계기와, 그 후의 모습을 잘 나타내었고, 그 중간중간에 감동적 요소를 잘 담아내었다.
나는 별 생각 없이 보다가 3화 즈음부터 집중해서 보게 되었는데, 아래 장면부터이다.
직업 학교 졸업을 인정받을 때의 장면. 꽤나 얼빠진 표정인데, 사실 이 부분이 바이올렛의 인간적 성장이 시작되는 장면이다. 친구라는 걸 사귀고 그 친구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었던 것.
예뻐서 본 게 아니라, 저 뭔가.. 얼빠진 표정?에 갑자기 꽂혀서 집중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스포일 수도 있지만 13화 마지막 장면에서 “친애하는 소령에게”라는 문구로 편지를 시작하며 웃는 바이올렛의 모습은 생각보다 좋은 기분으로 작품을 끝내게 해준다. 바이올렛은 친애의 의미를 이해하며 편지를 쓰었겠지?
장점을 모아서 정리해보자면,
- 명불허전 쿄애니. 옛적부터 작화 좋다고 유명했는데 이 작품은 유난히 좋은 것 같다. 특히 표정을 잘 그려냈다. 다른 작화 아니었으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이 들 정도이다.
- 성우 연기 그냥 그렇긴 한데 후반에 갈수록 주인공역의 연기가 좋아지더라.
- 후반부 감동은 억지로 눈물을 끄집어내는 억지 감동이 아니어서 좋았다. 특히 딸애에게 보내는 어머니의 편지는………….
단점을 모아서 정리해보자면,
- 전쟁? 소녀? 일본 애니? 이 키워드는 내게 거북함을 일으켰다. 굳이 이런 요소를 넣어야만 했을까? 같은 맥락에서 나는 유녀전기라는 작품을 끔직히 싫어한다. 혹자는 액션씬이 우수하다고 찬양하지만..
- 일본 애니메이션의 안좋은 관습이 녹아있다. 몰입을 방해하는 서비스씬이 1~2화즈음에 있고, 주조연의 복장은 현실적이거나 배경에 적절치 못하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본 만화의 1캐릭 1머리색 원칙까지. 일종의 태생적 한계라고 할까.
- 대놓고 유럽 세계전쟁 정도로 배경을 잡아놓고 작중 대사에 '볶음국수 먹지 않을래?'는 도대체 뭐냐. 금발 서양인 청년이 한 손으로 그릇을 야키소바를 젓가락으로 쳐먹는 모습은 조금 어이가 없다.
- 2화인지 3화인지 끝날 때 즈음, 장면이 진행하면서 엔딩곡 삽입되는 부분이 있는데 진짜 깼다. 곡 자체 도입부 목소리도 썩 좋은 편이 아닌데 음량도 크게 들어와서 장면에 대한 몰입이 깨졌다.
총평: 많은 부분에서 우수하다. 씹덕들에게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 같은 것이 있다면 포함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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